‘나는 가수다’, 서로의 라이벌은 누구?
[텐아시아 2011/04/30(토) 16:03]
“신들의 향연이었다”.
MBC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연출을 맡은 신정수PD가 녹화를 마치고 나서 남긴 말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나가수’는 제목에서 ‘서바이벌’이라는 문구를 빼버렸다.
각자의 영역에서 신의 경지에 다다른 가수들에 대한 존중의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나가수’가 서바이벌이라는 것, 경쟁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좋든 싫든 이것은 경쟁이다.
그래서 경쟁 구도가 생긴다.
물론 ‘나가수’에서 탈락한다고 해서 음악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거니와
심지어 가창력이 떨어지는 것조차 아닐 것이다.
특히 시청자들의 호응을 가장 많이 얻은 무대들이
모두 무대 연출과 보컬의 화려함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무대였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즉 탈락은 가창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일 수도 있다.
앞으로 ‘나가수’를 보는 재미 중 하나는
신의 경지에 다다른 가수들의 무대에 대한 탄성 외에도
각 가수들의 생존 전략과 경쟁 구도를 살피는 것일지도 모른다.
10아시아가 새로 태어나는 ‘나가수’ 의 경쟁 구도와 생존전략을 예상해 본다.
BMK
표면적 라이벌 : 임재범
BMK는 웅혼한 내공을 바탕으로 목소리 하나만 가지고도
관객의 가슴을 들뜨게 할 수 있는 보컬이다.
좋은 멜로디를 가진 발라드 풍의 노래를 부를 때
그녀의 파워풀한 소울 창법은 한층 더 빛이 난다.
이러한 그녀에게 가장 큰 라이벌은 임재범이다.
록을 바탕으로 한 임재범의 보컬은
소울의 창법을 가미함으로써 한국의 마이클 볼튼이 되었다.
파워풀한 가창력, 너른 음역대, 발라드 풍의 감성적인 노래를
거칠고 파워 있게 밀어붙일 때 빛나는 두 사람의 보컬은
남녀라는 차이점을 제외하곤 많이 닮아 있다.
BMK는 임재범과 선곡부터 경쟁해야 할 지도 모른다.
잠재적 라이벌 : 박정현
BMK는 묵직한 보컬과 큰 성량을 자랑한다.
섬세하게 노래의 결을 매만지는 박정현과 대비된다.
또한 박정현이 ‘첫인상’을 라틴 음악 풍으로 재해석해 멋진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BMK는 박정현보다 무대 퍼포먼스에서 약점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박정현이 매주 변신하는 무대를 만든다면
BMK 는 그녀와 비교당할 수도 있다.
BMK가 박정현을 의식해야 할 이유다.
김범수
표면적 라이벌 : 김연우
두 사람 다 정통파 발라드 가수다.
김범수는 안정된 발성과 단단한 고음을 바탕으로 한
발라드 풍의 노래에 장기를 보인다.
김연우 또한 교과서적 발성이라고 할만큼
안정된 발성과 깨끗하고 흔들림 없는 고음을 자랑하는 발라드 가수다.
두 사람은 여러 모로 비교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차이점은 있다.
김범수는 목소리에 다소 끈적끈적한 느낌이 묻어 있다.
그래서 김연우에 비해 더 신파스럽게 들린다.
또한 김범수는 김연우보다 장르적 유연성이 더 높다.
때문에 변신의 여지가 크다.
발라드만 잘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뭘 해도 다 잘하는 가수라는 점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 라이벌 : 임재범
김범수의 ‘보고 싶다’가 발라드의 레전드라면 임재범은 그 자체가 레전드이자 노래방의 신이다.
거친 목소리로 부르는 임재범의 발라드는 한국 사람의 가슴을 직격하는 부분이 있다.
김범수의 신파 보컬 또한 마찬가지다.
괜히 ‘보고 싶다’가 발라드의 레전드가 된 것이 아니다.
만약 두 사람이 비슷한 풍의 선곡과 재해석 작업을 한다면 두 사람의 다른 특성은 아주 강렬하게 대비될 것이다.
김연우
표면적 라이벌 : 임재범
김연우의 강점은 맑고 까랑까랑한 고음이다.
안정된 발성에서 나오는 깨끗한 고음은
‘나가수’에서 김연우에게 ‘발라드의 신’이라고 호칭을 붙여줬을만큼
서정적인 발라드에 특화되어 있다.
때문에 30대 이상의 남자 관객과
그 이상 나이대의 관객을 공략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에 비해 임재범이 부르는 발라드는 남성의 마음을 두들긴다.
임재범은 이미 세대와 나이를 불문하고 한국 최고의 보컬로 인정받았다.
김연우는 20대 이상의 관객을 공략하는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잠재적 라이벌 : 윤도현
김연우는 ‘발라드의 신’이다.
발라드 스폐셜리스트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하다.
때문에 색다른 모습이 필요하다.
김연우가 록밴드 보컬 출신이라는 것은 크게 알려져 있지 않다.
지금까지 윤도현은 ‘나가수’에서 유일한 록커라는 희소성을 가지고 있었다.
김연우 또한 록커로서의 면모를 성공적으로 보여줄 수 있다면
윤도현이 선점했던 록커라는 포지션을 오히려 빼앗아 올 수도 있다.
윤도현이 ‘사랑two'같은 발라드를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연우가 록커로 변신하는건 관객이나 시청자들에게는 무척 놀라운 일이기 때문이다.
박정현
표면적 라이벌 : 윤도현
박정현은 어쩌면 그 누구보다 ‘나가수’형 가수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꿈에’에서 보여준 엄청난 열창이
‘첫인상’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로 변신한 것은
그녀가 관객들을 어떻게 쥐었다 폈다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증거다.
박정현과 윤도현은 음악 색깔이 너무 달라서
어떻게 라이벌 구도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나가수’에서 퍼포먼스와 무대 연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장 먼저 깨달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앞으로도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현은 무대 연기력과 보컬의 화려함이라는 점에서,
윤도현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밴드와의 시너지와 보컬 자체의 힘이라는 점에서
서로 비교 우위를 가지고 있다.
승부는 더욱 세련되고, 멋진 무대 연출에서 갈릴 것이다.
잠재적 라이벌 : 김연우
박정현의 애드립 많은 R&B 창법은 40대 이상 나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기에는 좀 어렵다.
박정현이 가장 곤경에 처할 때는 트로트 미션을 하게 될 때일 것이다.
‘짝사랑’, ‘어머나’ 등을 불렀을 때의 박정현은 항상 어색해 보였다.
그럴 때는 이왕 라틴 음악을 시도했으니
아예 이국적인 스타일을 계속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박정현의 생존은 김연우와 마찬가지로 나이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공략하는지에 따라 갈릴지도 모른다.
윤도현
표면적 라이벌 : 임재범
한 사람은 록커다.
또 한 사람은 전설적인 록커다.
한 사람은 발라드 히트곡을 다수 불렀다.
다른 한 사람은 노래방에서 남자가 불러서는 안 될 노래의 주인이다.
임재범은 윤도현에게 직속 대선배다.
두 사람은 당연히 비교될 수밖에 없다.
윤도현은 임재범의 아우라에서
자유롭다는 모습을 최우선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
잠재적 라이벌 : 윤도현
윤도현은 관객들에게 보여줄게 많다.
록적인 무대도 연출 가능하고 ‘사랑two' 류의 발라드로 관객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도 있다.
윤도현은 ’나가수‘에서 가장 먼저 퍼포먼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출연자다.
그는 항상 부리는 엄살과는 달리
’나가수‘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는 가수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 혼자만이 록적인 무대를 꾸밀 수 있는건 아니다.
따라서 윤도현은 록커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살리면서도
TV 방송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유쾌한 시도를 하면서
자신의 유연성과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걸그룹의 유명하고 친숙한 곡을 록으로 재해석하는 시도 같은 것.
윤도현은 앞으로 얼마나 더 재미있는 시도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캐릭터다.
이소라
표면적 라이벌 : 이소라
이소라는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모든 사람을 숨 죽이게 할 수 있는 강점을 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나가수’라는 경연대회에는 크게 불리한 보컬이다.
우선 완전히 다른 무대를 보여줄 수 있는 여지가 작다.
3집에서 시도했던 록도
그녀의 목상태나 라이브 환경 면에서 쉽지 않을 것이다.
‘청혼’이나 ‘데이트’처럼
봄바람이 살랑살랑 부는 즐거운 무대를 만들 수는 있겠지만,
관객을 휘어잡는 무대의 무게감을 만드는 것은
‘너에게로 또 다시’의 무대 바로 그것이다.
‘나가수’가 TV 무대인만큼 다른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소라는 오히려 현란한 다른 가수들의 무대 가운데서
변함없는 중심을 잡아주는 무대를 연출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것이 그녀가 제일 잘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잠재적 라이벌 : 이소라
이소라의 라이벌은 어디까지나 이소라 그 자신이다.
이소라같은 보컬은 다른 누굴 의식할 필요가 없다.
혹자는 이소라의 멘탈적인 부분을 우려하나
오히려 이소라는 좀 더 예민해지고, 감정적이 될수록 더욱 깊이 있는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오히려 우려되는 것은 항상 자기가 직접 조율하고 자기 감정을 직접 쓴 가사를 부르던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이 담긴 노래를 부르는데 대한 몰입도의 차이일 것이다.
그것은 이소라처럼 다양성보다
깊이가 문제인 보컬에게는 아주 중요한 문제다.
그것은 오로지 이소라 내면의 문제이고, 때문에 이소라의 라이벌은 이소라 그 자신이다.
임재범
표면적 라이벌 : 모두 다
모두가 다 각자의 분야에서
신이라고 불리워도 손색이 없는 화려한 면면의 가수들이다.
그러나 임재범은 오랜 세월 동안 대중들에게 가요계 최고의 보컬로 여겨져 왔다.
실로 수백년간 사라졌던 왕가의 후예가 귀환한다는 <반지의 제왕>의 ‘왕의 귀환’ 그 자체다.
그런만큼 임재범에 대한 대중의 기대는 각별하다.
임재범이 어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목표는 1등’이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해도 누구도 그에게 거만하다고 하지 않는다.
문제는 기대가 큰만큼 실망도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임재범은 처음부터 다른 모든 가수를 압도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는다.
임재범은 폭발력, 감정 전달력,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감정의 깊이, 소화할 수 있는 음역대, 무대 장악력
모든 점에서 강점을 갖고 있고 그런만큼 발라드, 소울, 록 등 다양한 장르를 소화할 수 있다.
그 말은 선곡이나 편곡에 따라
‘나가수’의 출연 가수들이 각자 장기로 삼는 장르와 정면 대결을 치뤄야 한다는 뜻이다.
‘나가수’의 모든 출연 가수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임재범의 라이벌은 다른 ‘나가수’ 출연 가수 모두다.
잠재적 라이벌 : 임재범
임재범의 가장 큰 문제는 긴 공백이다.
게다가 TV쇼의 라이브 환경은 일반적인 콘서트의 라이브 환경과도 다르다.
63년 생인 임재범은 ‘나가수’ 출연 가수 중에서 가장 나이도 많다.
체력적인 부담도 적지 않다.
그의 자기 관리 여부도 방송으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가끔 있었던 임재범의 콘서트에서 흘러나오는 후문은 그의 라이브가 전성기 때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바로 몇 달 전에 있었던 MBC 에브리원 <수요예술무대>에서도 임재범의 목상태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수요예술무대>의 스탭진과 트러블이 있었다는 얘기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
이런 것들은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가수’에 출연하는 임재범의 진정한 라이벌은 바로 임재범 그 자신일 것이다.
<글. 데일리팀 김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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